옛 것은, 위대하다
최근 들어 나름대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빠져든 창작 활동으로 그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무기력함과 매너리즘을 타파하려 부단히 노력 중이다.
내 영상 작업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음악이다. 최초 어떤 음악을 접하면 먼저 머릿속으로 상상해본 뒤, 리듬에 어울리는 영상을 모아 곧바로 작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말 그대로 내가 제작한 영상들은 명확한 주제의식을 갖거나, 혹은 하나의 색채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많은 스트리밍 웹사이트 중에서도 사운드 클라우드(Soundcloud)는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창작물들을 가장 깊게 감상할 수 있고, 대체로 하이 퀄리티를 자랑한다. 개인적 취향을 만족스럽게 충족시켜주는 유일무이한 매개체이기 때문에 자주 애용하고 있다.
요즘 내가 즐겨 듣는 로파이(lo-fi) 타입 비트를 디깅하던 중 우연찮게 투팍의 사후 앨범 <R U Still Down? (Remember Me)>에 담긴 ‘Do For Love'를 접하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애타게 찾았었던 트랙이었기에 모든 잡념들을 뒤로하고, 감상의 순간에만 집중했다. 제작된 연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세련된 비트 속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리듬과 그루브에 점점 호기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본능에 이끌리듯 이 멋들어진 비트의 근간을 파고들었다. 블루-아이드 소울의 대부로 불린 바비 칼드웰(Bobby Caldwell)의 ‘What You Won’t Do For Love’는 신스 사운드와 재지한 터치가 가미된 역작이다. 투팍의 ‘Do For Love’의 감상을 잠시 멈추고, 이 끈적하고 간드러진 음악을 내 귀에 가득히 채워 넣었다.
두 음악은 일련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샘플로 이어진 단순한 유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세련됨이다. 어떤 것을 창작할 때 가장 갖추기 어려운 요소이며, 이것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나는 옛 것에 대한 숭고함과 존경심을 내 작업물 안에 오롯이 투영하고, 이런 의도를 온전히 감상자에게 전달하려 매 순간 노력하지만 아직도 해답이 없으며 풀리지 않은 숙제와도 같다.
통상 옛 것이라고 하면 낡고, 촌스럽고, 더 이상 다루지 않는 무언가를 뜻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들은 적어도 음악 세계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 매 세기마다 등장한 아티스트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으로 위대한 음악을 창작해왔으며, 그들이 뽐낸 음악적 성취는 지금도 전혀 이질감이 없으니까.
바비 칼드웰이 그랬고, 투팍이 그랬다.